또 한 번의 글로벌 경제위기, 한국의 성장엔진은?[권영대의 모빌리티 히치하이킹]

입력 2022-10-21 14:36  

이 기사는 10월 21일 14:3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들어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2.7%로 전망했다. 이는 7월에 제시한 수정 전망치에서 0.2%p 낮아진 것이며 당초 1월에 제시했던 3.8%에 비해서는 1.1%p가 내려간 것이다. 올해 성장률 전망은 기존 예측치인 3.2%로 유지되었으나 내년 세계 경제는 올해보다 악화될 것이라는 부정적 경기 예상을 확인한 것이다. 이러한 경제 전망 하락의 주요 원인은 국가간 분쟁으로 인한 진영 대립,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기 위한 금리 인상 등이기 때문에 현재의 경제 상황은 단기적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독일, 일본과 더불어 선진국 중에서는 몇 되지 않는 제조강국이며, 자동차 배터리나 반도체 등 몇몇 주요 산업에서 글로벌 공급망 구조의 핵심 고리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장점의 이면에는 글로벌 경기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있다. 즉, 글로벌 경기가 나빠질 경우 국내 경제도 불안정해질 수 있는 단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한국의 환율이 타 주요 국가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물가 상승에 따라 유가 등 소비자 물가가 올라가고 외화차입금이 있는 기업은 환차손으로 인한 부채부담이 늘어난다.

한국은 1997년 발생한 동남아시아와 한국의 외환위기, 2008년 발생한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인해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등 두 차례의 위기를 수출을 통해 극복해왔다. 이론적으로 환율이 상승하면 제조단가가 하락해 수출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에 제조강국인 한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외환위기 동안 한국은 토목·건설 중심에서 제조업 중심으로 국가 산업 구조를 변화시켰다. 그 결과 한국의 조선산업은 세계 1위로 도약했고 수출을 통해 외화를 유입시켜 국내 외화보유고를 빠르게 증가시키는 데 기여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자동차 수출이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한국은 이에 힘입어 글로벌 5위권의 자동차 산업 강국이 되었고, 중국 및 러시아 시장을 새롭게 개척해 위기 상황을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바꾸었다.

하지만 지금의 세계가 직면한 상황은 과거의 선례들과는 또 다른 성질의 것이다. 계속되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세계 경제의 미래에 대한 전망에 대해 시장에서 이견이 많지만, 적어도 보호무역주의의 강화와 동맹간 유대 강화로 인해 세계 경제가 2020년과 비교했을 때 우방국 중심의 지역 경제 공동체 형태로 변화되고 있다는 현상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향후 글로벌 경제 위기가 실현된다면 기존에 있었던 두 차례의 위기들과는 성격과 강도가 상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의 위기는 본질적으로 금융시장의 위기로 인한 단기적 성격이 강했던 반면, 미래의 위기는 유동성 위기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 그리고 지정학적 변화로 인해 보다 근본적 사업 환경의 변화를 수반할 가능성이 커졌다.


따라서 그동안 한국의 위기 극복 방식인 '수출 경쟁력' 그리고 '중국·러시아 시장으로의 확장'은 더이상 유효한 해답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과거와 달리 지속적인 공급망의 세계화로 인해서 환율의 상승은 이제 판매 단가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만 있는 게 아니라, 수입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제조원가의 상승으로 필연적으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수출품목의 가격 경쟁력 상승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지정학적 변화로 인해 동구권 시장으로의 적극적 확장 또한 단기간 내에 어려워졌으며, 장기적으로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경제를 구원할 성장 엔진은 무엇일까? 이론적으로는 원재료 및 부품 소싱에 있어서 외부 의존도가 낮고,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항공산업을 포함한 방위산업이다. 오랜 군사적 긴장으로 인해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방위 산업은 품질경쟁력과 단가경쟁력을 동시에 보유하게 되었으며 안보를 이유로 한 정책 드라이브로 인해 높은 국산화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시장 확장성 측면에서는 인도, 동유럽 등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지역으로의 진출 가능성이 높다. 인도와 동유럽은 서구권과 동구권의 대립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자처할 가능성이 높고, 충분한 시장 규모와 성장 잠재력이 있는 지역이다. 최근 많은 완성차 및 부품업체들이 동유럽과 인도로 지역 본사를 옮기거나 생산기지를 옮기려고 노력하는 것도 이런 맥락을 반영한 것이다.

물론 세부적으로 보면 인도와 동유럽 시장 진입에도 어려운 점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인도에는 주(州)별로 정책 및 행정의 격차가 크고, 동유럽에서는 국가별 문화의 차이가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해당 시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이를 충분히 고려한 운영 방안을 사전에 모색할 필요가 있다.

1990년 독일 통일과 1991년 소비에트 연방 해체 이후 세계 경제는 하나의 글로벌 시장이 됐다. 그리고 자유 시장 경제 체제가 앞으로도 작동할 것이라고 시장 주체들은 오랫동안 믿어왔다. 하지만 다시 한번 전례 없는 불확실성과 위기 앞에서 미래를 내다볼 수 없게 되었다. 이런 불투명한 현실 속에서도 한국이 파고를 슬기롭게 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재의 위기를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그 위기를 가장 효율적으로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발빠르게 찾아내야 앞으로 찾아올 미래에도 세계 경제의 주축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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